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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공부와 프로그래밍 언어의 공통점

Harry(해리) 2021. 6. 12. 19:54

외국어 공부와 프로그래밍 언어,

 

둘 사이에 묘한 공통점이 있다.

 

1.  유행하는 언어가 있고, 유행하는 언어는 시대에 따라 다르다.

 

요즘 프로그래밍 언어라고 하면 파이썬과 자바스크립트가 대세다.

가장 핫하고, 초심자들이 가장 많이 배우는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어도 얼마전까지만 해도 중국어가 대세였다.

왕초보를 위한 중국어 교재들이 서점에 정말 정말 널려 있었다.

 

요즘은 외국어 공부에 신경을 안써서 어떤 외국어가 핫한지는 모르겠다.

파이썬 전에는 어플 개발로 인해 자바가 한창 핫했다는데, 요즘도 '스프링' 프레임워크로 인해서 자바를 많이 배운다고 들었다.

 

2.  초심자를 위한 컨텐츠가 정말 많다. 반면 중수 ~ 고수를 위한 컨텐츠는 부족하다.

처음배우는 파이썬, 파이썬 30일 등등 서점에 가면 왕초보가 차근 차근 따라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교재가 정말 많다.

중국어같은 외국어도 왕초보를 위한 컨텐츠가 넘쳐난다.

 

그런데 초보, 그리고 중급 수준을 넘어서면, 더이상 참고할 만한 책이나 컨텐츠의 수가 확 줄어든다.

어떤 책을 봐도 굉장히 얕게 특정 분야에 대해서만 다룬다.

 

더이상 언어를 연마할 만한 교재를 찾기는 어려워진다.

 

이제는 실력 향상을 위해서 실전 경험이 유일한 답이라는 것을 느낀다.

스스로 컨텐츠를 발굴하고, 스스로 컨텐츠를 소화해야 한다.

 

 

3.  초~중급과 중급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엄청난 벽이 존재한다.

 

조금 생각해보니 이런 현상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 당연한 것 같다.

 

처음 어떤 언어를 배우려고 하는 사람은 넘쳐나서, 그런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컨텐츠도 계속해서 생산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 ~ 중급 수준에서 머문다.

그 이상을 수준으로 도달하지 못하고 포기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간극을 넘지 못한다.

어느 정도 수준이 초급인가?

어느 정도 수준이 중급인가?

 

이 부분은 매우 주관적이고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수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중급 -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달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수준은 아래와 같다.

 

1) 외국어 : 모국어나 영어로 찾을 수 없었던 컨텐츠를 소비할 있는 수준

 - 예를 들어 매크로를 공부하고 있는데 영어나 한국어로는 찾지 못한 자료를 중국어로 찾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

2) 프로그래밍 언어 : 지금 내 인생을 더 편리하게 하는, 진짜 '유용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수준

 - 계산기나 To-Do 앱을 개발하는 것은 유용한 개발이 아니다. 아직 중급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 내가 주목하고 있는 주식 종목의 가격을 1시간 간격으로 알려주고, 평소 평균 거래량보다 급등하거나 급감할 때도 알림을 주는 프로그램은 유용한 프로그램이다. 무료 프로그램 중에는 이런 기능을 제공해주는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4. 벽을 넘기 전에는 매우 지루했던 언어가, 벽을 한번 넘어가는 순간 매우 재밌어 진다.

처음에 언어를 공부하는 것은 매우 지루하다.

 

지루함과 답답함의 연속이다.

 

대학교 3학년 때 중국어를 처음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처음 공부를 시작했기 때문에 중국어 실력은 초등학생 수준이다.

그래서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수준도 초등학생이다.

하지만 뇌는 대학생 수준이다.

이 부조화가 불러일으키는 지겨움과 답답함은 엄청나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처음 공부할 때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온갖 개념과 문법을 열심히 익혔지만, 그렇게 열심히 익힌 개념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고생해서 만든 게산기는 이미 존재하는 핸드폰 계산기의 성능을 반의 반도 못따라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단계에서 언어 학습을 이어가기를 포기한다.

 

언어는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수단인데, 전혀 수단이 되지 못하고 스트레만 쌓인다.

 

하지만 어느 순간 터닝포인트가 온다.

 

언어가 나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수단이 되는 순간, 언어 공부는 매우 재미있어진다. 

X 축은 시간, Y 축은 재미

인생과 경영철학에 대한 마윈의 연설을 중국어로 듣고 이해할 수 있었을 때,

중국어를 배워서 이런 멋진 강연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고, 중국어에 대한 고마움이 생겼다.

 

주식 종목토론방의 인기 게시글을 크롤링해서 알려주는 봇을 완성했을 때, '이제 조금 쓸만한 물건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어 공부는 재밌다.

언어 공부는 재밌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도 재밌게 언어 공부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중급을 벽을 순조롭게 넘어, 수단으로서 언어를 자유 자재로 활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